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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건지 현실을 몰랐던건지 폭풍처럼 지나간 결혼식이었습니다.

 

단 몇시간의 예식을 위해서 둘이 결정해야할건 수만가지였습니다. 아니 조금 줄여서 수백가지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같이 대화하고, 갈등을 일으킬만한건 다 피해갔습니다.

 

 

그래서 갈등이 없었지만, 누구하나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면 좀더 많은 감정의 비용이 들었을 거 같았습니다.

 

그렇게 몇시간의 결혼식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사진찍고, 인사하고 순방하다가 끝이났고, 바로 신혼여행을 위해 공항에 내린 순간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아~이제 끝났구나! 평소 묻어가는걸 좋아하는 저는 그날 하루 제가 주인공이 되어 뭔가를 한다는게 여간 부담이 됐던 모양입니다.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혹시나 한분이라도 멀리서 왔는데 내가 못보고 인사를 안하고 지나치면 어쩌지? 결혼식날 내가 부르기로 한 사람은 다왔을까? 부터 사소한 걱정까지 그날 하루 결혼식을 잘 치른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하루 였습니다.

 

결혼식이 엊그제 같았지만 벌써 식을 치른지 4년,5년 어느덧 흘쩍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 이후로도 변함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노력하며, 주어진 삶에 행복하고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덧 뭔가 남들눈에 보기에 이상한 부부가 되어가고 있었는데요.

 

잘안보던 친구들, 엄마의 친구들, 1년에 어쩌다 한번보는 친척들까지 만나면 아이 이야기를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언제가질꺼야?"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은저는 자연스레 생기면 가질게요. 라고 처음엔 답을 하였는데요. 그 다음엔 "아직 소식없어? 한살이라도 가질거면 빨리가져야해"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만나서 이렇게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하는것도, 서로에 대해 배려하며 사는것도 얼마나 기적적이고 행복한 일인데, 왜 그 다음 내 인생의 넥스트를 누군가 만들어주는걸까?

 

내 인생의 다음 스토리는 내가 정해야하는 부분이 아닐까? 어르신들이야 우리와 세대와 다르기 때문에 그냥 걱정해주는 말씀이라 생각하지만...우리 세대 또래와 친구들에게는 티낼순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씁쓸하였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행복한데~내가 너희 남편에게 말해줄까?" 란 이야기도 들으니 이게 그렇게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이 생각이 아직은 없는 우리 부부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이를 안갖겠다는대도 끊임없이 아이가 주는 행복을 이야기하며 빨리 너도 갖으라는 이야기..나에겐 2시간 넘는 거리인데 난바쁘니 너가 우리애기 얼마나 컸나 보라오라는 친구부터 문득 씁쓸해지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정말 친밀한 친구나 가족은 오히려 저희 이런 결정을 존중해주고 이해해줍니다. 이해해주려고 노력을 하기도 하고요.

 

저 역시도 아이들을 보면 참 귀엽습니다. 그리고 자식있는 친구나 가족에게는 노년에 얼마나 든든할지 지금 조금만 고생하라고 말도 해줍니다. 저는 아이있는 친구나 가족에게 항상 덕담을 하고, 결혼 안한 친구에게는 굳이 억지로 갈 필요없다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주는데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하려 노력하면 상대방이 듣기에 거북한 이야기는 절대 할수가 없으니까요.

 

지금 충분히 둘이서도 행복하다고 느끼고 사는데, 나중에 정말 아이가 갖고싶음 갖겠지요. 저는 이제 일년에 한두번 보는 사람들에게서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이는 갖지 않고 둘이 살기로 했다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낳아야한다고 말을 계속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제 일일이 설득하지 못한다는것도 알고, 내가 굳이 설득시킬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지금처럼 내가 선택한 대로 선택에 책임지며, 주어진 삶에 행복하고 감사하며 묵묵히 살아가려 합니다.

 

 

누군가의 시선때문에 굳이 어떤 인생의 정해진 플로우를 따라가지 않으려합니다.

 

다 각자가 선택한 삶에서 최대한 행복을 찾으며 사는게 좋지 않을까요? 서로의 삶의 모양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준다면 누군가는 문득 문득 상처받지 않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딩크족이건 1인가구이건, 다자녀이든 각자의 삶의 모양이고, 모두가 축복받아야할 짧은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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